
안녕하세요! 주류 업계에서 여러분의 잔을 채워드리고 있는 주류 컨설턴트이자 멘토입니다.
술은 단순히 취하기 위해 마시는 음료가 아닙니다. 그 안에는 인류의 역사, 고집스러운 장인정신, 그리고 과학적 경이로움이 가득 차 있죠. 하지만 막상 술의 세계에 깊이 발을 들이려 하면 방대한 정보의 바다 앞에서 길을 잃기 십상입니다. 와인 라벨은 암호 같고, 위스키 증류소 이름은 외계어처럼 들리기도 하죠.
그래서 오늘은 제가 수많은 밤을 지새우며 탐독했던, 그리고 업계 동료들과 입을 모아 칭찬하는 **'주류 관련 도서 10선'**을 준비했습니다. 초보자의 호기심을 채워줄 에세이부터 전문가의 서재에 반드시 꽂혀 있어야 할 기술서까지, 정성껏 큐레이션 했습니다. 자, 좋아하는 술 한 잔 곁에 두시고 함께 책장을 넘겨볼까요?
1. 입문의 즐거움: 술과 친해지는 가장 다정한 방법 (초보자 추천)
술의 세계로 들어오는 첫 관문은 '지식'이 아니라 '공감'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부하듯 접근하면 금방 지치거든요. 처음엔 술이 주는 분위기와 그 속에 담긴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① 김혼비, <아무튼, 술>
이 책은 주류 입문서라기보다는 '애주가의 고백록'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주류 입문자들에게 가장 먼저 권합니다. 왜냐고요? 술을 왜 마셔야 하는지, 술이 우리 삶을 얼마나 풍요롭고 유쾌하게 만드는지를 이보다 더 진솔하고 재치 있게 풀어낸 책은 없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기발한 유머와 술에 대한 진심 어린 태도를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모르게 '오늘 저녁엔 나에게 어울리는 술 한 잔을 찾아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됩니다. 주류 문화의 '태도'를 배우기에 최고의 선택입니다.
② 명욱, <술기로운 세계사>
"이 술은 왜 이런 맛이 날까?"라는 질문의 답은 대개 역사 속에 있습니다. 전통주 전문가 명욱 교수가 쓴 이 책은 술을 매개로 인류사를 훑어 내려갑니다. 와인이 유럽의 지도를 어떻게 바꿨는지, 보드카가 러시아의 운명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읽다 보면 딱딱했던 세계사가 위스키처럼 달콤하게 다가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이 책을 읽고 나면 바(Bar) 메뉴판의 이름들이 살아있는 역사로 다가올 것입니다.
③ 이대형, <술자리보다 재미있는 우리 술 이야기>
우리 술, 즉 전통주에 대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입니다. 막걸리부터 청주, 증류식 소주까지 우리 술이 가진 과학적 우수성과 인문학적 가치를 아주 쉽게 풀어냈습니다. 특히 최근 K-주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우리 술의 뿌리를 이해하는 것은 주류 애주가로서 아주 자부심 넘치는 경험이 될 것입니다.
2. 탐구의 깊이: 취향을 정교하게 다듬는 기술 (중급자 추천)
어느 정도 본인만의 술 취향이 생겼다면, 이제는 각론으로 들어갈 때입니다. 와인이면 와인, 위스키면 위스키, 특정 카테고리를 깊게 파고드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책들입니다.
④ 매들린 퍼켓 외, <와인 폴리(매그넘 에디션)>
와인 공부를 시작할 때 두꺼운 텍스트 중심의 책을 사면 열 장도 못 넘기고 포기하기 마련입니다. <와인 폴리>는 인포그래픽의 승리입니다. 시각적인 도표와 그림을 통해 포도 품종, 산지별 특성, 테이스팅 방법을 직관적으로 설명합니다. 복잡한 와인의 세계를 이토록 명쾌하게 지도처럼 그려낸 책은 없습니다. 와인 초보를 벗어나 중급자로 넘어가려는 분들에게는 '바이블' 같은 존재입니다.
⑤ 조승원, <버번 위스키의 모든 것>
최근 위스키 열풍이 뜨겁지만, 대부분 스카치 위스키에 집중되어 있죠. 하지만 미국적 낭만과 거친 매력을 담은 '버번 위스키'의 세계도 무궁무진합니다. MBC 기자 출신의 저자가 직접 켄터키 현지를 누비며 취재한 생생한 기록들은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증류소별 특징은 물론, 버번 뒤에 숨겨진 미국 자본주의와 문화의 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수작입니다.
⑥ 찰스 머클레인, <위스키 도감>
위스키 전문가가 되고 싶다면 옆에 끼고 살아야 할 레퍼런스 북입니다. 전 세계 주요 위스키 증류소의 역사와 대표 라벨들을 백과사전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내가 마시는 이 위스키가 어떤 오크통에서 숙성되었는지, 어떤 풍미 노트를 지향하는지 궁금할 때마다 찾아보기에 최적입니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전 세계 위스키 성지를 투어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⑦ 헤더 위벨스, <버번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
버번 위스키를 단순히 '샷'이나 '온더락'으로만 즐기는 것은 그 잠재력을 절반만 쓰는 것입니다. 이 책은 버번을 베이스로 한 칵테일과 푸드 페어링에 집중합니다. 술을 '마시는 행위'에서 '향유하는 문화'로 확장해주는 가이드북입니다. 집에서 홈텐딩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레시피 북이자 미각 훈련서가 되어줄 것입니다.
3. 마스터의 영역: 본질과 창조를 향한 여정 (전문가 추천)
주류를 업으로 삼거나, 혹은 업자 이상의 깊이를 지향하는 '헤비 드린커'들을 위한 책입니다. 여기서는 술의 제조 원리와 믹솔로지(Mixology)의 과학적 근거를 다룹니다.
⑧ 데일 드그로프, <The Craft of the Cocktail>
'칵테일의 왕'이라 불리는 데일 드그로프의 저서입니다. 현대 클래식 칵테일 부활의 선구자인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단순히 레시피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바를 셋업하는 방식, 도구를 다루는 태도, 신선한 재료의 중요성 등 '바텐딩의 정석'을 가르칩니다. 전 세계 바텐더들의 교과서이며, 칵테일의 구조적 이해를 돕는 최고의 지침서입니다.
⑨ 데이브 아놀드, <Liquid Intelligence>
주류 과학의 정점을 보여주는 책입니다. 온도, 산도, 설탕의 농도, 탄산의 압력 등이 칵테일의 맛에 어떤 물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집요하게 파고듭니다. 전통적인 방식에 의문을 던지고 데이터와 실험으로 맛을 정립해 나가는 과정은 전율을 일으킵니다. 칵테일을 단순한 혼합 음료가 아닌 '액체 요리'로 접근하고 싶은 전문가라면 반드시 정독해야 합니다.
⑩ 데이비드 원드리치, <Imbibe!>
주류 고고학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책입니다. 근대 칵테일의 아버지 제리 토마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19세기 미국 바 문화와 칵테일의 기원을 추적합니다. 전설적인 칵테일들이 왜 만들어졌고 어떻게 변질되었는지, 그리고 그 본질은 무엇인지 고증하는 과정이 압권입니다. 기술적인 숙련도를 넘어 술에 대한 '통찰력'을 길러주는 책으로, 마스터의 반열에 오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합니다.
술을 안다는 것은 인생을 즐기는 법을 하나 더 배우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열 권의 책들이 여러분의 술장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여러분의 잔 속에 담긴 이야기에 깊이를 더해주길 바랍니다.